최근 반도체 업계에 심상치 않은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일본과 한국의 주요 반도체 소재 공급사들이 육불화텅스텐(tungsten hexafluoride, WF6)이라는 가스의 가격을 무려 70~90%나 인상했다는 소식입니다. 단순한 가격 인상을 넘어,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 거대한 지각변동이 예상됩니다.
반도체는 아주 미세한 회로들이 겹겹이 쌓인 복잡한 구조물입니다. 이 회로들 사이를 연결해 전기가 흐르게 만드는 ‘통로’ 혹은 ‘고속도로’ 역할을 하는 금속배선에 텅스텐이 사용됩니다. 육불화텅스텐은 텅스텐을 아주 얇고 고르게 반도체 웨이퍼 위에 입히기 위해 가스 형태로 만든 특수 소재입니다. 가스를 뿌려 반도체 표면에 얇은 막을 형성하는 CVD(chemical vapor deposition, 화학 기상 증착) 공정에서 WF6 가스가 사용됩니다.
특히 7나노(nm) 이하의 초미세 공정이나, 200층이 넘는 고성능 메모리(3D NAND)를 만들 때 이 가스가 없으면 제조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최근 AI 서버에 들어가는 고대역폭 메모리(high-bandwidth memory, HBM) 생산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WF6 공급망 문제의 뿌리는 **중국의 공급량 감소**에 있습니다. 중국은 전 세계 텅스텐 매장량의 약 80%를 장악하고 있는 국가입니다. 최근 중국은 갈륨, 게르마늄에 이어 텅스텐과 관련 소재의 수출을 강력하게 통제하기 시작했습니다.
겉으로는 자국 내 AI 산업 성장을 위해 내부 물량을 확보하겠다는 명분(YMTC 등 자국 기업 지원)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목줄을 쥐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가장 큰 충격은 일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바로 얼마전(6월)에 일본의 대형 화학 기업인 ‘칸토덴카’와 ‘센트럴글라스’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등 고객사에 생산 중단을 통보했습니다. 중국이 원재료인 ‘고순도 텅스텐 분말(high purity tungsten powder)’의 공급을 끊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이 조치 하나로 전 세계 WF6 공급량의 25%가 하룻밤 사이에 증발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한국 역시 세계 공급량의 1/3을 담당하고 있지만, 원재료의 거의 10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언제든 생산이 중단될 수 있는 ‘위험한 외줄 타기’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기존 재고가 소진되고 나면 가격 상승은 필연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일본의 WF6 공급업체가 생산 중단 사태를 맞으면서 후성, SK스페셜티 등 국내 WF6 공급업체는 가격 급등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금 전세계는 AI 열풍입니다. 엔비디아를 필두로 한 데이터 센터 구축에 수조 달러가 투자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장치의 핵심인 HBM 가격이 심상치 않습니다. 이미 HBM은 서버 구성 요소 중 CPU나 GPU보다 비싼 부품인데, 원재료인 텅스텐 가격이 2025년 대비 500% 이상 폭등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가격도 걷잡을 수 없이 오를 가능성이 큽니다.
이러한 하드웨어 비용의 폭증이 결국 AI 인프라 투자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거대한 ‘AI 투자 거품’을 터뜨리는 도화선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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