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인공지능(AI) 업계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동안 기업들은 성능이 가장 뛰어난 AI 모델을 사용하는 데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이제는 ‘가성비’와 ‘생존’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CNBC의 영문 기사를 바탕으로 관련 내용을 정리해 봅니다.
샌프란시스코의 AI 스타트업 린디(Lindy)의 사례는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린디의 최고경영자(CEO) 플로 크리벨로(Flo Crivello)는 최근 자사의 모든 트래픽을 기존에 사용하던 앤스로픽(Anthropic)의 클로드(Claude) 모델에서 중국의 딥시크(DeepSeek) 모델로 100% 전환했습니다. 성능은 유지하면서도 훨씬 저렴한 ‘오픈 웨이트(open-weight)’ 모델로 갈아탄 것입니다. 그 결과, 린디의 비용 곡선은 수직 하강했습니다. 크리벨로 CEO는 이를 두고 "비즈니스의 생존 문제"라고 단언했습니다.
지난 2년은 소위 ‘토큰맥싱(tokenmaxxing)’의 시대였습니다. 여기서 ‘토큰(Token)’이란 AI가 텍스트를 처리하고 생성하는 데이터의 최소 단위를 말합니다. AI 모델 사용료는 보통 이 토큰 사용량에 따라 책정되는데, 기업들은 결과의 질에만 집중하며 토큰을 무제한으로 쏟아붓는 개발 방식을 장려해 왔습니다. 하지만 그 대가는 심각했습니다. 차량 공유 서비스 기업 우버(Uber)의 CTO 프라빈 네팔리 나가(Praveen Neppalli Naga)는 "올해 1년치 AI 예산을 단 4개월 만에 모두 써버렸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우버는 직원들의 AI 도구 사용료에 등급별 제한을 두기 시작했으며, 월 1500달러를 사용하는 기본 레벨에서 시작하고 더 높은 레벨을 사용하려면 직원이 요청을 해야 합니다. 이처럼 AI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면서, 이제 기업들은 무조건 최고의 모델을 쓰기보다 투자 대비 수익(ROI)을 꼼꼼히 따지기 시작했습니다.
오픈AI와 앤트로픽은 '무조건 투자'라는 사고방식의 주요 수혜자였으며, 이는 두 AI 선도 기업의 기업 가치를 1조 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앤트로픽은 지난 5월에 연간 매출액이 470억 달러에 달한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작년 한 해 동안 기록한 약 100억 달러의 매출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입니다. 오픈AI의 경우, 올해 초 연간 매출액이 250억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었으며, 이는 2025년 예상 매출액인 131억 달러보다 높은 수치입니다.
크리벨로는 앤트로픽의 열렬한 팬이지만, 그의 회사는 오랫동안 "지속 불가능한 AI 비용 문제에 직면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린디가 토큰 비용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급격히 감소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 개발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동안은 실제로 그랬지만, 앤트로픽과 오픈AI를 포함한 주요 모델 개발사들은 최근 몇 달 동안 가격 인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는 가격이 인하된다면 린디를 클로드 모델로 다시 전환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이스프링(Highspring)의 컨설팅 총괄 제프 헨리(Jeff Henry)는 일부 고객사가 "실질적인 투자 수익률(ROI)을 입증할 수 있을 때까지" 투자를 보류하고 있으며, 다른 고객사들은 12~18개월 후 대규모 투자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모두가 AI 투자에 대한 압박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AI를 이용한 실험을 시작조차 하지 않은 중견 기업들도 수없이 많다고 합니다.
AI 기업 AI스퀘어드(AISquared)의 CEO 대런 키무라(Darren Kimura)는 AI 투자 지출이 "확실히" 고점에 도달했다는 지표중 하나가 더 저렴한 대안으로 처리할 수 있는 간단한 작업에까지 최첨단 모델, 즉 프론티어 모델(frontier model)을 사용하는 것을 꼽았습니다.
일부 기업은 작업의 복잡도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적합한 모델을 매칭하는 '모델 라우팅(model routing)'이라는 기술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은 아직 많이 보급되지 않아서 기업 AI 사용량의 약 95%가 여전히 프론티어 모델을 기반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기업들이 AI 가격에 더욱 민감해짐에 따라, 오픈AI와 앤트로픽은 저비용 모델 개발을 목표로 하는 자금력이 풍부한 경쟁업체들과 경쟁해야 합니다. 오픈AI에 130억 달러 이상, 앤트로픽에 5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이달 초 새로운 저비용 모델 제품군을 공개했습니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의 AI 코딩 제품인 깃허브 코파일럿(GitHub Copilot)이 사용자의 작업에 가장 적합한 모델을 연결해 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마존(Amazon)과 구글(Google) 또한 기업 사용자를 위한 모델 개발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의 최고 AI 책임자인 피터 데산티스(Peter DeSantis)는 "내년에는 오픈AI와 앤트로픽의 최첨단 모델들과 경쟁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아마존은 마이크로소프트와 마찬가지로 이 두 회사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데산티스는 지난 2월, 아마존이 자체 개발 칩을 활용하여 경쟁사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모델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구글은 지난달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저렴한 AI 솔루션을 선보였습니다. 구글이 자사의 모델 제품군에 새롭게 추가한 제미나이 3.5 플래시(Gemini 3.5 Flash)는 사용료가 유사한 프론티어 모델 가격의 절반, 경우에 따라서는 3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합니다.
오픈AI와 앤스로픽이 최근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성장세가 정점에 달했을 때 시장에 나가려는 전략’으로 분석합니다. 기업들이 AI 비용을 합리화하기 시작하면, 현재의 폭발적인 매출 성장률이 둔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거품이 걷히고 냉정한 평가가 시작되기 전에 자본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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